렁미씨의 소소한 미국일기

[Puerto Rico Day 2] 옛 산후안 유적지 Old San Juan 본문

여행하기/Puerto Rico 5박6일

[Puerto Rico Day 2] 옛 산후안 유적지 Old San Juan

렁미씨 2020. 3. 17. 14:25

둘째 날이다! 

전날 마트에서 장봐온 음식들로 아침을 숙소에서 해결했다. 피스타치오빵과 바나나와 요거트.

 

이 날은 Thunderstorm이 온다고 되어있어서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일정에 가장 고민이 되는 날이었다. 비 오는 날에 바다에서 놀 것인지, 아니면 유적지를 볼 것인지? 아니면 아예 실내로 가야 할까? 아무래도 바다나 유명한 곳은 파랗고 쨍한 색감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기에, 우린 전날 밤에 여행지를 뒤지고 뒤져서 Carolina Children's Museum을 가기로 결정했다. 리뷰도 좋았고, 실내공간도 있고 야외에도 동물을 보거나 보트를 타는 등의 체험도 할 수 있었다.

Carolina Children's Museum은 공항을 기준으로 동쪽편에 있다. Old San Juan에서부터는 우버로 약 20분 소요.

 

문제는... 아침을 먹고 산뜻하게 우버를 불러서 15분이나 걸려서 뮤지엄에 갔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우버 기사가 영어가 가능한 분이라 우리에게 "혹시 문여는 거 확인하고 온 거야? 문 닫은 것 같은데?"라고 했다. 딱히 닫는다는 얘긴 보지 못했는데ㅠㅠ 기사가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크리스마스 행사로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단다. 아니.... 12월 26일인데 크리스마스 행사라니.... 끝난 거 아니었나....... 게다가 오후 늦게 여는 어린이박물관은 누구를 위한 곳이란 말인가!! 

우린 당황해서 일단 다시 집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되돌아 가는 중에 기사가 옛 산후안 유적지를 가는게 어떻겠냐고 했고, 우린 그러겠다고 했다. 정말 그 순간에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우버 요금은 계속 나가고 있는 거니까) 우리는 옛 산후안은 나중에 갈 걸로 생각하고 사전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어디서부터 도는 게 좋은지도 모른 상태였다. 그냥 사람들 많이 가는 곳으로 가달라고 했다.

 


 

본격적인 산후안 관광은 여기서부터다.

우리의 산후안 도보관광 경로. 사전조사 없이 온 것 치고 은근 관광명소는 거의 다 돌아본 것 같다.

우리가 다닌 곳의 구간을 위 지도를 바탕으로 소개하자면,

1-2: 식당과 기념품점, 편의시설이 많다. 

2-3: 한가롭게 바다를 보며 걷기 좋은 길이다. 가는 길에 놀이터도 있고 공중화장실도 있다. (꽤 깨끗했다!)

3-4: 게이트를 통과해서 번화가로 진입하기. 이 구간은 쇼핑할 곳이 많다. 의류점, 공예품, 기념품점, 바와 디저트가게가 많다.

4-5: 이 구간은 딱히 목적을 가지고 간 건 아니고 아이가 유아차에서 잠들어서 유아차 밀기 좋은 블록 & 비를 피할 곳 위주로 정처 없이 갔는데, 점점 오르막길에 골목이 구불구불해서 추천할만한 길은 아니다ㅠ 

 

우리는 옛 산후안으로 진입하는 곳 초반에 보이는 광장 Plaza Colón에서 내렸다. 마침 공예품이나 그림판매도 했고, 관광객도 아주 많았다. 뒤쪽으로는 성곽 Castillo de San Cristóbal 이 보이고 관광객이 성곽에 올라가 있는 모습도 보이니 정말 제대로 왔구나 싶었다.

Plaza Colón

 

우린 오전 11시쯤 도착을 했는데, 곧 비가 올 것 같아 비가 내리는 즉시 점심먹을 식당에 들어갈 수 있게 식당이 모여있는 남쪽 길(지도 1-2구간)로 들어갔다. 색색의 건물이 참 이국적이었다. 유럽식으로 보도블록이 벽돌이라 유아차를 밀기 불편할 것 같았지만 인도는 꽤 잘 닦여있었다. 

예상대로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린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간 곳은 푸에르토리칸 식당인 Cayo Caribe

새우가 들어간 Mofongo(좌)와 문어&소라 샐러드(우)

처음으로 온 푸에르토리칸 식당이라 일단 가장 유명한 Mofongo를 주문했다. Mofongo는 플렌테인을 익히고 으깬 걸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해산물이나 다른 육류를 올려서 먹는 푸에르토리코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거의 모든 푸에르토리칸 식당에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린 새우가 들어간 Mofongo와 문어&소라 샐러드를 시켰다. (왜 샐러드를 시켰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난다;;) 이것만 먹기엔 양이 조금 적기도 했고 아이를 먹이려니 밥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나중에 side menu로 rice and beans를 시켰는데, 밥에 익힌 갈색 콩이 (꽤 많이) 나와서 아이도 잘 먹고 우리도 배를 채웠다.


 

밥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쳤다! 이제 본격적인 관광 시작. 옛 산후안 지역의 가장 남쪽길 (지도 2-3번 구간)을 여유롭게 걸었다.

이 때 아이가 기저귀에 큰일을 봐서 화장실에 가야 했는데, 마침 위 지도의 숫자 2번 근처에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구글 지도에서 화장실을 검색하니 나왔다. 최고!) 겉은 허름했지만 안은 휴지도 넉넉하고 깔끔하고 기저귀 갈이대도 있었다.

 

(좌) 멋진 조각상들. 가까이 가서 보진 않아서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우) 아이가 있다면 자꾸 눈에띄는 놀이터! 다행히 그냥 지나쳤다.
계속 걸으니 바다 앞 분수대  Paseo de la Princesa가 나타났다. 이 주변은 참 걷기가 좋다.
Puerta de San Juan에 도착했다! 성곽을 넘어 도심으로 들어가는 메인 문이란다.
문 앞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저 커다란 나무도 멋지고.
문으로 들어가니 바이올린연주자 덕분에 분위기가 더욱 살아났다.

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San Juan Bautista Cathedral를 옆에서 장엄하게 바라보고, 중앙에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이 일대에는 온통 쇼핑할만한 곳이 많았는데, 명품가게, 예술가들의 그림, 장식품, 조각, 기념품 등이 줄지어 있었다. 

길을 다니면서 느낀 건, 골목마다 바(Bar)가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길에 피나콜라다를 파는 수레(우리나라에서 날 더울 때 길에서 아이스크림 퍼주는 것 같은)도 종종 눈에 띄기도 했다. 대낮부터 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참 많이 보였다.

 

드디어 Plaza de Armas에 도착했다. 광장 자체에서 히스토릭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대체로 좀 묘했다. 광장 주변의 상점들이 너무나 미국 상업화된 곳들이 많았다. Wendy's, Marshalls, SuperMax, RedMango 등 로컬이 아닌 관광객 편의 위주의 상점들이 둘러져 있으니 좀 아쉬웠다.

기분좋은 울 아들과 함께 광장 느낌

(좌) 이 건물이 시청이라고 한다. (우)동상아저씨와 친한 척

 

◀ 이 광장에서 종종 등장하는 사진이 이건데, 너무 예뻐서 꼭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무리 골목을 걸어도 보이지가 않았다. 알고 보니 최근 이 우산을 철수했단다ㅠㅠ 사진으로 즐기는 걸로 만족.

 

 

 

 

우린 사실 이 무렵 카페에 매우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카페를 검색했고, The Poet's Passage라는 곳 안에 있는 갤러리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문을 닫았다ㅠㅠ (크리스마스 다음날인데!) 광장에도 노상카페가 있지만 비가 온 직후라 벤치가 젖어있었다. 그 옆 블록에 옆 옆 블록까지 돌았지만... 디저트 가게들은 앉을자리가 없거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 조차 없거나 였다. 커피는 너무 마시고 싶고 앉아서 좀 쉬고 싶은 데 갈만한 곳은 도저히 나오지가 않고!! 술집은 많은데 커피 마시기가 이렇게 어렵다니ㅜㅜ 스페인은 커피랑 친하지 않았나 보다 하면서 거의 포기를 할뻔한 찰나에 광장 옆 Hotel Plaza De Armas Old San Juan의 입구에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우리가 찾는 모든 메뉴가 있었다. 커피도 있고 생과일주스에 빵에 케익까지 없는 게 없었다. 아이스라테는 정말 정말 맛있어서 한잔 더 주문했다. 빵도 곁들이니 너무나 꿀 같은 휴식이었다. 손님도 우리뿐이어서 아이와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좌) 건물은 멋졌지만... 문을 닫았던 곳. (우) 우리가 들어갔던 카페

 


 

카페에서 쉬고 나서 약 오후 4시쯤 되었고, 결국 우린 산후안의 핵심 관광지인 Castillo San Felipe del Morro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꼭 날씨 좋을 때 한가롭게 가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이미 산후안을 거의 다 보았고 시간도 남았는데 여길 다시 오는 건 좀 번거롭다는 생각이었다. 광장에서 요새까지 가는 길에 마침 아이는 유아차에서 잠이 들었고, 우린 유아차를 끌기 무난한 골목을 정처 없이 걸었다. 그러는 중간에 비가 거세게 왔고, 잠시 지붕 있는 곳에서 비를 피한 후 비가 그쳐서 요새로 향했다. 

Castillo San Felipe del Morro로 가는 길. 양쪽에 드넓은 잔디공원이 참 싱그럽고 좋았다. 보통 연날리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요새 안에 들어와서 내려다본 모습. 참 웅장하고 멋진데 요새 안에서 보니까 한계가 있다.
요새 위에서 본 모습. 

요새 관광은 아이동반하고 1-1시간 반 정도면 충분했다. 요새 메인 층의 작은 방에서 옛 물건들과 사람들의 모습들을 알 수 있게 전시해놓았고, 위층은 뻥 뚫려서 요새 너머를 볼 수 있었다. 요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뿐이라, 직원에게 물어보니 유아차를 매표소 옆 공간에 두고 가면 된다고 했다. (물론 누가 지켜봐 주지는 않는 시스템이지만 아무도 훔쳐가지는 않았다)

관광을 마치니 저녁 6시쯤 되었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려고 해서 우버를 불러서 숙소로 돌아갔다. 카페찾느라 허비한 시간을 절약하고 사전조사를 더 했더라면 요새 앞에 있는 박물관도 구경했을 텐데, 시간도 조금 빠듯했고 박물관은 어쩐지 당기지 않는다는 신랑의 말에 깔끔히 접었다.

 


 

숙소에서 씻고 나서 숙소에서 가장 가깝고 사람도 많았던 식당 Bebo's Café에 왔다. 여기도 푸에르토리칸 식당이라 점심때 봤던 메뉴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삼치구이(아마도 King Fish?)와 통돼지구이를 주문하고 피나콜라다와 로컬 맥주를 시켰다.(오늘도 술!) 사이드로 밥과 콩이 보통 기본이라 입맛에 잘 맞았다. 둘째 날 이렇게 끝~

Bebo's Caf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