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미씨의 소소한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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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장소

[Upper East Side] 최근 새로 개관한 쿠퍼 휴잇 디자인 미술관

렁미씨 2015. 1. 16. 12:30




한국에 있을 때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었다. 그 책 덕분에 내 인생의 사명(?)도 생겼고. 그 책은 2007년에 쿠퍼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렸던 동명의 전시를 책으로 낸 것인데, 마침 뉴욕에 오게 되어서 꼭 이 미술관에 가보고 싶었지만 마침 전체 공사에 들어갔었더랬다. 그런데 마침! 이번 1월에 드디어 오픈을 했다.




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

2 E 91st St New York, NY 10128

월화수목금일 10:00-18:00, 토10:00-21:00









센트럴파크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90th st.쪽으로 갔는데, 알고보니 여긴 뒷문이었다. 어쩐지 문이 좀 작더라니...








그러니까 이 건물이 미술관이고 여긴 뒷뜰이다. 뒤로 들어간 김에 뒤쪽 입구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 쿠키 빵 등의 카페메뉴와 식사메뉴도 약간 있었던 것 같다. 그리 넓진 않다.








카페에서 연결된 기념품가게. 디자인미술관 답게 감각적인 제품들이 참 많았다. 이런 곳에서 새롭고 재미난 제품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밤이 되니 더 멋지게 보이는 곳. 근데 급하게 찍었더니 흔들렸다. 흑.








그렇게 뒷문으로 들어가서는 다시 정문으로 가서, 코트룸에 코트와 가방을 맡겼다. 오픈한지 얼마 안되서 사람이 적어서 너무 좋았다. 모마에서는 가방 맡기려면 줄 한참 서야하는데.

그러다 본 재밌는 문구.

'사진 찍는걸 권장합니다. 플래시 금지, 상업용도 금지, 삼각대와 셀카봉 금지. 그치만 셀카는 괜찮아요.'

셀카는 되는데 셀카봉은 쓰지말란다. 이제 미술관에서 셀카봉을 언급하는 시대가 오고야 말았다.








계단에서 발견한 층별안내. 그리고 이 때 했던 전시들.

사진촬영을 권장하는 곳이라 마음껏 찍었다. 인상깊은 작품들이 정말정말 많아서 행복했던 하루. 역시 미술관은 시간을 많이 들여서 봐야한다.







본건물 내부. 아주 고풍스럽다. 옛 건물 내부를 그대로 살렸다. 미술관이 건물 몇 개를 안에서 연결시킨 것 같은데, 본 건물은 이렇고 옆쪽 건물은 모던하다. 오래된 저택 안에서 최신의 디자인을 감상할 때의 기분은 뭔가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이 싱숭생숭하다.







전시 중 인상깊게 본 문구. 링컨 송 이라는 곡의 가사.

"가장 값진 것은 시간. 그리고 시간은 너무 짧다. 충분히 시간을 가져. 결코 충분하지 않아. 시간을 가져. 시간을 가져."









1층에서 했던 전시. 얼마전 타계한 디자인의 대가 빌 모그리지를 기리는 글이 있어서 더 의미있는 개관 전시였다.








생전의 그의 모습과 그가 디자인했던 세계 최초의 노트북.









전시 중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 1943년에 그려진 제품디자인 스케치다. (사진이 흔들려서 또 안타깝다ㅠㅠ) 

나는 처음에 멀리서 보고 실물인줄 알았고,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땐 사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손으로 그린거다. 와... 이 시대의 제품디자이너는 스케치를 이 정도까지 했나보다. 지금의 디자이너는 얼마나 편해진걸까. 마우스 조금 돌리면 컴퓨터가 알아서 명암 넣어주고 그림자에 반사광까지 만들어주니까. 나는 이 때 태어났으면 그림 못그려서 디자이너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ㅋㅋㅋ 스케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쳐다봤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지만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 많이 봤던게 여기 와있었다.

책상 위 모니터 위에 손을 움직이면 카메라가 내 손을 인식해서 저 앞에 있는 블럭을 손 높이만큼 올려준다. 그래서 떨어져있어도 저 앞에 있는 빨간 공을 움직일 수 있다. 화면은 열심히 사진찍는 나의 모습ㅎㅎ









이건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고래의 내장을 일일이 연결해서 만든 방수 겸 방한복이다. 고래 내장이란걸 알기 전까진 꽤 멋져보이고, 알고나면 '윽'하고 다시보고, 그 다음엔 그 정교함에 감탄하고.








그 옆에 있던 아주 웃긴 이것은 고글이다. 너무 추워서 최대한 가리려고 눈구멍을 저렇게 실처럼 가늘게 뚫어놓았다. 웃기면서도 말된다. (그래도 너무 시야가 답답할 것 같다ㅠㅠ 겨우 저만큼만 뚫다니)








그냥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운 새장 콜렉션. (이 미술관의 역사에 관련된 인물의 수집품이다. 오래되서 기억이 안난다;)








이건 패션계의 거장 이세이 미야케의 드레스다. 

이세이 미야케는 플리츠플리즈 브랜드로 아마 제일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바로 이 주름가득한 독특한 소재의 의류와 기하학의 초절정 바오바오 가방이 그의 작품.

미술관에 있던 저 드레스 또한 입이 떡 벌어지는데, 저 기하학적으로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구부러지는 라인과 컬러가 이미 아름다운데, 이 드레스는 사실 저 마네킹 앞에 있는 것처럼 살포시 내려놓으면 장미꽃 모양의 한 장으로 납작해 질수 있다는 것. 








이 밖에도 정말 많은 작품들이 재밌고 감동적이었지만 사진은 여기까지.

이 날 저녁에 지하 강연장에서 패널토론이 있었는데 그 토론은 약간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그래도 꼭 한 번은 방문할 곳! 전시가 알차고 건물이 아름다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