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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미씨의 소소한 미국일기
[임신5-7주] 첫 변화와 기다림 본문
임신확인 후 병원에 첫 방문하기 전까지.
기념하기
두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한 다음날 남편과 미리 계획했던 외출을 했다. 이 날은 종일 맨해튼에 있었는데 갑자기 만사가 다 신경이 쓰였다. 알고나니 이제 술은 끊어야 할거고 커피도 웬만하면 끊을거고 뛰지도 못하고 무리하게 서있거나해서도 안되는 거였다. 평소 뜀박질과 킥보드를 즐겨하던 나에겐 굉장히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까먹고 막 뛰거나 하면 어쩌지;;
평소같으면 당연히 걸어다녔을 거리를 조금씩 나눠서 쉬어가며 걸었다. 택시 충동이 일었지만 마침 비가 많이 왔고 택시가 오지 않아 그냥 천천히 걸었다. 충분히 쉬어가려고 하니 뭔가 불필요하게 카페에 지출이 늘어나는 기분이... 맨해튼은 걷는게 재밌고 절약하는 방법인데 아쉽다...
이 날 남편이 축하기념으로 소고기를 왕창 샀다. (고기가 아기한테 좋다며ㅋㅋㅋ) 평소 밖에서 한국식당 가면 비싸서 좀 절제하는데 이 날은 정말 실컷 먹었다. 확실히 남이 구워주니까 맛있다.
이 날은 Jeff Koons의 앉아있는 발레리나도 보고, Parsons BFA Fashion Show도 보고, 저녁엔 소고기 파티. 그 후엔 노래방도 가고ㅋㅋ 이 날 굉장히 많은 걸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직 초초초기라서 체력이 괜찮았던 것 같다.
병원고르기
나도 아직 공부중이지만 아는 걸 소개하자면, 미국에서는 임신 기간에 일반 Clinic(산부인과)에서 의사를 만나고 출산은 종합병원에서 한다(위험한 상황이 생길 걸 대비). 혹은 처음부터 조산원(Midwifery Services)을 택할 수도 있다. 조산원에서 출산을 하거나 조산사가 내 집으로 올 수도 있다. 제왕절개(C-section) 등의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만 종합병원으로 옮겨진다. 일반 산부인과에 의사와 조산사가 함께 있기도 하단다.
미국의 조산사(Midwives)는 단순히 출산을 조력하는 산파 정도가 아니라, 실제 어느 정도의 수술도 집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조산사가 직접 아기도 받고 회음부 봉합 등도 한다고 한다) 병원 사이트에서 직원들의 프로필을 보면 Midwives들은 CNM(Certified Nurse Midwives)를 보유하고 있다. 비슷하게 WHNP(Women’s Health Nurse Practitioners)를 지닌 직원들도 있는데, 미세하게 권한과 역할이 다르다. 더 궁금한 분들은 링크 참고. http://www.nursepractitionerschools.com/faq/cnm-vs-whnp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정서적 지원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산원을 선호한다고 한다. 진통이 오면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필요할 때만 봐주고 의사는 정말 아기가 나오는 순간에만 분만실에 등장한다고 하는데, 조산사들은 진통 시작부터 출산 이후까지 산모와 함께하며 정서적으로 조력한다. 인간진통제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실제 해산 시 누워있는 자세가 좋지 않은데, 조산사들이 자세를 다양하게 바꿔주어 마취 없이 고통을 줄일 수 있고, 산모가 하고싶은 대로 하게 두어 산모가 주체적으로 출산을 리드할 수 있다. (어떤 분은 조산사가 너무 모든 걸 자기한테 물어보고 결정하려고 해서 좀 번거로웠다고도;) 실제 조산사가 있을 경우에 제왕절개하는 비율이 적고 출산과정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미국에는 Doula(발음: 둘라)라는 역할도 있다. Doula는 출산도우미 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학적인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출산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분만과정을 돕고 출산 후 회복과 모유수유를 돕는다. 둘라는 개인으로 활동하는데, 보통은 몇몇 둘라들을 미리 만나본 뒤 자신과 맞는 둘라를 찾아 출산 시 도움을 받는다.
나는 Midwives에 대해 얼핏 들어보긴 했지만 자세히 몰랐고, 자연주의 출산이니 하는 것도 최근에서야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임신 전에는 지식이 전무했달까. (위 정보들은 이 글을 쓰는 13주차에 정리된 것들이다) 그래서 미리 방향을 잡지 못했고, 지인이 이 동네에서 추천한 Stony Brook GYN/OB로 첫 스타트를 시작했다. 최근 출산한 다른 친구도 여길 추천했던 것 같다. 물론 병원에 예약하기 전에 내 건강보험이 되는 곳인지 미리 확인했다. 제일 중요한 부분!
한국의 커뮤니티 글들을 보니 임신을 확인하고나서 5-6주차에 산부인과에 가는 것 같던데, 미국은 그렇게 일찍오면 받아주질 않는단다. 딱히 봐줄 것도 없다고. 대략 8주를 채우고 가면 될 것 같아 8주차 말 쯤으로 산부인과에 예약을 했다. 마지막 생리일을 얘기했는데 별 무리없이 예약해주었다.
기초체온
매일 재던 기초체온은 사실 고온기가 유지될 게 뻔하니 더 이상 재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는데,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처음 병원에 가는 날까지 (약 3주간) 배아가 잘 있는지 알 수가 없는게 걱정이었다. 전문가에게 빨리 "그래 너 임신 맞고 아기 잘 크고있어!"라고 확인을 받고 싶었지만 일찍 갈 수도 없고... 그래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계속 아침에 체온을 쟀다. 다행히 매일같이 고온을 유지했다.
식습관 + 체형
임신은 안될 수도 있는거였고 여름은 100% 오는거니 몸매관리를 위해 고단백 저염식의 식단관리를 하고 있었다. 임신을 알고나서 식단관리를 중단했더니 즉시 몸무게가 2키로가 늘었다; 게다가 홈트레이닝으로 없던 힙을 만들었더니 즐겨입던 스키니진이 불편해서 미칠 것 같았다. 예전엔 살을 구겨넣어도 괜찮았는데, 이미 허리에 살도 붙고 힙도 생긴 터라 7주차에 결국 바지를 새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아직 티도 안날 시기에 바지를 바꿀 줄이야... 허리부분이 넉넉하고 넓게 처리된 바지를 몇 벌 골랐다.
입덧
5-6주차의 임신증상은 피로와 무기력증이었다. 별다른 증상은 없어서 좋아하는 음식들을 실컷 먹었다.
7주차가 되니 차멀미가 먼저 시작했다. 어느 날 맨날 제2의 방처럼 편하게 타고다니던 기차에서 멀미증세가 났다. 너무 상태가 안좋아서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죽을 사먹었다. 열도 나는 것 같고... 점점 메스꺼움이 늘어났고 너무나 무기력해서 뭘 차려먹을 수도 없었다. 입덧이 싫은데, 배아가 잘 있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맘에 입덧이 없는 것도 불안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메스꺼운지 확인하는 괴상한 습관이 생겼다. 생리가 싫은데 막상 생리를 안하면 불안한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이 기간동안 낮잠은 매일 2-5시간씩 잤고, 마치 뇌가 파업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수가! 프리랜싱을 하던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평소처럼 다니면서 임신초기를 겪는 분들 정말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는 절대 회사생활 못할 것 같다.
그냥 몸이 쉬길 원하나보다 싶어서 졸릴 때 자고, 먹고싶을 때 먹고, 매일 뒹굴뒹굴했다. 차멀미 때문에 자동 집순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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