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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미씨의 소소한 미국일기
[임신 5주] 두줄이다. 본문
계획임신을 준비한 뒤로 가끔 그런 걸 상상했었다. 내가 먼저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발견한 다음, 남편에게 어떻게 알려주는게 재밌을까 같은거. (미국 스타일 패밀리 비디오를 너무 많이 봤다;;;)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첫 순간이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결론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끙.
울 남편이 당시 한창 바빴기에 바쁜거 지나면 함께 피로도 풀겸 시설좋은 찜질방을 가기로 했었다. 그래서 그루폰에서 티켓을 미리 사놨는데 마침 그 날 즈음이 내 생리예정일이었다. (이 역시 기초체온법 덕분에 예정일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생리중에 찜질방을 가는 건 찜찜하니 혹시나 생리가 시작하면 일정을 미룰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촉인지, 혹시 임신이면 찜질방 가면 안되는게 아닐까 싶어서 검색. 역시나!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좋지 않다는게 아닌가! (세포가 막 배아를 구성할 때라 몸이 뜨거우면 세포들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고 한다)
찜질방 가기로 한 바로 전날밤이었고, 생리예정일이 하루 지난 그 시점에 혹시나 싶어서 임신테스트기를 써봤다.
두근두근
아주 옅은 줄이 하나 더 보이는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임신이거니 하고 상상하고 봐서 보이는건가 싶어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프라이즈 따위 없이 건조하게) 남편한테 들이밀었다.
"이거 한 줄로 보여 두 줄로 보여?"
"흐리긴 한데 두 줄 아니야? 원래 임신 아니면 아예 안보이는거라던데."
그랬다. 옅긴 하지만 두 줄이었다. 게다가 소변에 담근 후 3분 뒤에 보라는데 나는 성급해서 10초만에 확인하고 판단력을 잃었다. 3분쯤 되니까 옅은 한 줄이 확실히 더 있었다.
여전히 믿기지 않아서 남편 소변으로 테스트를 시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하. 임신 아닌 소변은 전혀 안보이는거구나ㅋㅋㅋㅋㅋㅋ
아직 와닿진않지만 일단 임신이 맞는 것 같아 즉시 찜질방 티켓을 환불했다. 그리고 임신증상들을 검색해서 확인했다.
내가 약간 촉이 있었던 건 그 주에 유난히 잠이와서 였다. 보통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안왔는데, 그 주엔 거의 매일같이 낮에 졸렸고, 낮잠을 자도 밤에 또 졸렸다. 웬지 몸이 원하는 것 같아 억지로 커피마시면서 버티지 않고 그냥 잤는데 참 잘 한 거였다. 그게 내 첫 임신증상이었다.
수정이 되고 나서 보름이나 있어야 황체호르몬(HCG)이 나오고, 임신테스트기는 그 호르몬의 양에 따라 줄이 표시되는 거니 아마 옅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호르몬이 나오면 하루에 그 양이 두 배씩 늘어난다던데, 다음날 다시 테스트해보니 역시 전날보다 훨씬 진한 두 줄을 보였다.
맨 아래가 남편꺼, 가운데가 첫 테스트 결과(생리예정일 다음날), 맨 위가 그 다음날 테스트 결과.
확실하게 하고싶어서 다른 테스트기도 사용했다. 두 줄 맞구나ㅎㅎㅎ
이 때 처음 알았다. 임신 주 수를 계산할 때 마지막생리일을 기준으로 한다는걸. 나는 생리주기가 34일이고, 생리예정일을 이틀이나 넘겼다보니 이미 임신 5주차였던 거였다! 세상에나! 한 달을 거저 벌은 기분이 들어 엄청 신났다ㅋㅋㅋㅋㅋㅋㅋ
+ 덕분에 Thinx팬티 후기를 쓸 수 있었던 그 달이 내 마지막생리가 되었다. (면생리대 괜히 성급하게 샀다.....) 덕분에 Thinx + 면생리대 조합 후기는 나중에 언젠가 쓰는걸로. (생리는 언제든 다시 날 찾아올테니까요 엉엉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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