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매년 산부인과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았었는데, 어쩐지 미국에 온 뒤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평소 병원을 워낙 다니지 않다보니 친숙하지도 않았고, 일단 미국 병원 시스템은 그냥 그 자체가 나에겐 스트레스였다. 병원을 고를 때 내 보험이 되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무조건 예약도 해야하고. 전화로 하면 생년월일 이름 집주소 등등 다 불러주는데 서로 못알아들어서 가끔은 20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하, 병원가기란 넘나 귀찮은것.


그래도 검진은 해주는게 좋으니 도전. 


병원 예약하기

1. 마침 보험사가 잠시 바뀐 상태였고, 통역서비스에 대한 우편물도 받았길래 한번 통역서비스를 시도해 보았다. 

통역전화번호라길래 걸었는데 속았다. 그냥 보험사 통합번호였다. ARS를 한참 들으며 찾아들어가야했다. 하... 영어 못하면 이 관문부터 좌절인 것을.

ARS메뉴중에 통역이 없었다. 뭐야 이거... 다행히 직원연결 메뉴가 멀지 않았다. (어떤 보험사 ARS는 직원연결 하기 넘나 힘들다) 직원에게 영어로 한국어 통역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 영어가 전혀 안되면 이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직원이 한국인 통역사를 연결해 주었다.

2. 통역사와 둘이 얘기하는 건 줄 알았더니 삼자통화였다. 그니까 내가 통역사에게 우리말로 질문을 하면 통역사가 영어로 바꿔서 말하고, 그럼 보험사 직원이 영어로 답해준다. 그럼 통역사가 또 그걸 한글로 말해준다. 영어를 다 알아듣는다면 좀 답답하다. 난 왜 통역사가 곧 보험사직원일거라고 생각했을까... 

3. 산부인과는 사전을 찾아보면 (Am, inf) ob/gyn; (산과) obstetrics; (부인과) gynecology 라고 나온다. 그래서 "내 보험이 되는 gynecology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산부인과는 통칭해서ob/gyn [발음:오비진] 이라고 불렀다. 하, 몰랐쟈나.

4. 우리집에서 가까운 병원 전화번호와 담당의사의 이름까지 세 군데 정도를 받았다. 이 부분에서 통역사를 쓰길 제일 잘했다고 생각했다. 스펠링을 내가 잘 못알아듣기도 하고, 전화번호는 특히나 빨리 부르면 바로바로 받아적기가 좀 어려운데, 보험사직원이 영어로 한 번 말해주고 통역사가 한글로 또 한 번 말해주니 확인하기가 좋았다.

5. 통역사에게 "혹시 이 병원들이 산전검사 하는지 알 수 있나요?" 라고 물었다. 통역사는 나에게 산전검사가 뭐냐고 되물었다. 음... 한국에서는 흔하게 쓰는 단어인데... 통역사가 미국인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임신 준비할 때 하는 검사인데 피검사도 하고 뭐 그러하다.. 라고 했더니, 피검사를 하는 기관을 따로 알려주더라. 그니까 미국에서 피검사는 Blood Work이라고 부르는데, 일반병원이 아닌 별도의 시설에서 따로 하고 그 결과를 병원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란다. 뭐 일단 알았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6. 병원에서 알려준 이름들과 전화번호를 구글에 검색하니 의사와 병원사이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제대로 받아적지 못한 이름들도 확인하고;;) 이제 예약은 별도다. 어떤 병원은 온라인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보통은 전화예약이 기본이다. 예약을 해야하는 이유는 보험을 미리 확인해야 하기 때문. 의사가 한 환자를 만나는 시간도 넉넉하게 잡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나 다름없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온라인 예약이 가능했는데, 무려 다음 가능한 예약이 한달 반 이후로 나오는게 아닌가!!! 이게뭐야! 어쩌라고! 다른 사이트들은 온라인 예약도 없던데 하아... (전화예약에 여러번 데여본 터라 별로 하고싶지않다...)

7. 혹시나 싶어서 ZocDoc을 열었다. ZocDoc은 미국에서 혁신적이라고 손꼽혔던 병원예약 앱이다. 내 지역, 보험사, 원하는 서비스 등을 입력하면 날짜별 가능한 의사도 줄줄이 나오고 별점도 있다. 앱으로 예약도 하고 구체적인 사항도 입력이 가능하다. ZocDoc이 좋은 점은 이미 나오는 목록에서 고를 수 있는거랄까... 보험사 이름들도 줄줄이 나오고(간혹 비슷한 이름들이 많아서 이것 또한 내 보험이 맞는건지 어렵지만ㅠㅠ) 내가 받고자하는 서비스도 고를 수 있다. 내가 수동으로 단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호호. 

https://itunes.apple.com/us/app/zocdoc-find-book-a-doctor/id391062219?mt=8


병원 타입은 OB/Gyn을 고르고, 받고자 하는 서비스는 Regular CheckUp을 골랐다. 어이가 없던 건, 아까 내가 확인했던 그 의사는 병원사이트에서 한달 반 뒤에나 가능하다고 나왔는데, ZocDoc에서는 바로 당장 내일도 가능했다. 뭐 이런 그지발싸개가.

8. 내가 원하는 날짜에 가능하면서 거리도 가까운 의사를 선택했다. 가끔 일부 병원들은 ZocDoc과 연결이 잘 안되기도 한다던데, 다행히도 ZocDoc에서 예약을 마친 후에 그 병원에서 내 이메일로 예약확인메일을 보내주었다. 제대로 됐구나! 꺄호! 병원 사이트 링크를 통해 미리 내 계정을 만들고 개인병력 등의 정보를 입력해 놓았다. 미리 하지 않으면 병원에 직접 가서 종이에 체크해야하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단어 뜻 찾기도 오래걸리니 미리 하는게 좋다.



정기검진 받기

예약한 날짜에 병원에 갔다. 일단 접수하면서 내 보험증서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몇 가지 서명을 하고, (내 개인정보를 이 병원과 공유할 것이고 병원은 내 개인정보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HIPAA 조약 등등의 서명) 살짝 기다렸다. 곧 들어가서 간호사가 내 몸무게와 혈압을 재고 마지막 생리시작일을 물었다.

그리고 나서 곧 의사와 사전 면담! 가족병력란에서 빠진것들이나 음주습관 등을 물었고, 기타 고민거리 등을 간단히 나누었다. 

바로 검진실에 들어가서 옷을 벗고 가운으로 입으란다. "가운이 어딨는데?" 이랬더니 얇게 접힌 종잇장을 가리킨다. 일회용 종이가운이었다. 홀딱벗고 가운만 걸쳤다. 가운데 매는 끈도 없다ㅋㅋㅋ 하아 부끄럽네.

정기검진은 Pap Smear(또는 Pap test - 면봉으로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하는 것), 손을 넣어 자궁부위를 위아래로 눌러보는 것, 유방암검사 이렇게 세 가지를 했다. 한국에서는 유방암 검사는 별도였던 것 같은데... 유방암검사도 있기 때문에 상의까지 다 벗어야 한다. 의사가 유방을 손으로 만져서 검사를 했다. 한국에서 유리 사이에 찌그러뜨리는 검사를 했을 때 아팠는데 그게 아니라서 다행인 것도 같다.

손을 쑥 넣어서 자궁을 위아래로 눌러보는 것도 처음 당해(?)봤달까. 손만 넣어서 검사를 하는 것도 신기하긴 하다.

그렇게 세 가지를 하고 나더니 끝난다고 한다. 응? "초음파(Ultrasound)는 안해?" 라고 했다. 의사가 "초음파를 왜 해?"라고 되물었다. "음... 내가 의사가 아니니 그건 나도 모르지만...한국에서 받았을 땐 초음파를 보통 했었거든..." 이랬더니 의사가 "초음파 한번 하는데 $300넘어. 그렇게 비싼 검사를 필수로 넣으면 환자한테 부담이 가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뭣하러 하겠어" 라고 하더라. 아하 그랬구나... 엄청 비싼 거였구나... 뭐 필요없다면 됐고.


귀가 후 약 1주일? 뒤에 이메일로 검사결과 링크를 보내주었다. 병원사이트에 로그인하면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5-6가지 항목인데, 자궁암 상태와 그 외엔 거의 다 성병 반응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걸 주로 봤었나... 뭔가 성병은 나와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항목 대부분이 성병이라 생소하다. 나중에 보험사에서 청구서가 날아와서 CoPay로 $10 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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