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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일기

코코넛오일과 비즈왁스로 립밤 만들기

렁미씨 2017. 3. 15. 04:52


평소 쓰던 스틱형 립밤을 마침 다 썼고, 집에 코코넛오일도 넉넉하고 해서 립밤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별 것 넣지 않았지만 나름의 몇 차례 시도가 있었고, 가장 맘에 드는 비율을 찾았다.


1차.

사실 처음에는 재료를 여러 가지 사기도 귀찮고, 코코넛오일의 효능을 신뢰하던 터라, 코코넛오일로만 굳혀서 만들었었다.

코코넛오일 자체가 보습효과가 좋고, 실온에선 굳어있다가 체온이 닿으면 녹기 때문에 별다른 과정도 필요 없기 때문.


1차의 1차.

어디선가 찾아보고 코코넛오일에 꿀과 강황을 넣었는데, 비추다. 꿀과 강황은 오일과 섞이지 않는다. 꿀 향은 조금 남아있는 듯 하나 의미없다. 강황은 노란색만 내준다. 역시 가루 자체는 섞이지 않는다. 딱히 노란색을 원한 것도 아니어서 비추.

그래서 결국 순수 코코넛오일만 녹여서 다 쓴 스틱용기에 부었다. 너무 간단해서 사진도 안찍었다.


후기: 

오일만 있는데 이상하게 바르고 나서 건조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바디오일이나 훼이셜오일 류를 바르지 않아서 그런가, 나는 그런 오일 느낌이 별로였다. (그냥 식용유 입에 바르는 것 같은 기분)

게다가 입술이 닿으면 급격히 오일이 녹아서 약간 감당안되는 정도로 흐를 수도 있다. 여름철이면 큰일나겠다 싶었다.

결국 촉촉한 기분이 들지 않아서 순수 코코넛오일 립밥은 실패.



2차.

다른 블로그들을 열심히 뒤져서 레시피를 찾았다. 아무래도 밀랍 성분이 다 들어가는걸 보니 이게 그 촉촉한 느낌을 내주려나 싶었다. 밀랍은 바세린이나 비즈왁스를 사용하는 게 흔한 것 같았다.

바세린을 사려고 가격대를 찾아봤는데, 바세린 옆에 페트롤리움 젤리(Petroleum Jelly)라고 써있는게 아닌가. 바세린은 석유에서 나오는 밀랍성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괜히 석유라는게 좀 내키지 않았다. 나름 찾아보니 몸에 쌓이면 안좋다는 글도없지 않다. (나는 이제 온라인에 떠도는 글을 잘 믿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찜찜하다.)


그래서 바세린을 사지 않고 비즈왁스(Bee's Wax)를 골랐다. 비즈왁스는 아무런 얘기가 없어서. 


보통 립밤을 만들 때는 향(아로마오일)도 넣고 영양(비타민E)도 넣고 색(립스틱)도 넣던데, 향은 관심없고, 영양은 좋지만 립밤 한개를 위해 비타민E만 따로 사긴 싫고, 립스틱은 있지만 립스틱에 있는 화학성분을 천연성분과 굳이 섞고 싶진 않아서

오직 코코넛오일!과 비즈왁스! 로만 만들기를 시작했다.


준비물: 빈 스틱형 립밤 케이스(쓰던거), 작은 유리 그릇(나중에 따라부어야하기 때문에 각진걸로 선택, 종이컵이 없어서), 비즈왁스(아마존에서 코스메틱용으로 나온거 5개 - 약 $9에 구입), 코코넛오일(트레이더조 - 3번 거른 코코넛오일, 약 $5.5), 그리고 휘저을 티스푼과 주방용 칼.



일단 비즈왁스를 칼로 잘랐다. 와 이거 생각보다 엄청 단단하다. 힘줘서 겨우겨우 조각을 잘라냈다.



자르는데 심혈을 기울였더니 너무 많이 잘랐다. 코코넛오일을 일단 1:1로 넣었다.

(나중에 깨달은 거지만 코코넛오일:비즈왁스를 3:1로 넣는걸 추천한다!!)



전자렌지(700W)에 총 1분30초를 녹였더니 완전히 녹았다. 이것보다 덜 했어도 다 녹았을 것 같다. 굉장히 뜨겁다.



뜨거운 상태에서 잽싸게 스틱에 부어주었다. 남아서 집에 있던 샐러드드레싱통에 마저 부어넣었다. 너무 뜨거워서 새삼 플라스틱통들이 BPA free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늦었다!ㅜㅜ)



빨리 굳히고 싶은 맘에 스틱통을 냉장실에 살며시 넣고 나서 보니 그새 샐러드통에 부은 녀석이 굳었다. 이 때 굳었으면서도 약간 부드러워서 쓰기 딱 좋았다.



스틱타입을 냉장고에서 꺼내보니 겉은 굳었는데 속이 아직 덜 식었다. 다시 냉장고에 넣고 수저와 칼과 유리그릇을 정리했다.

도구들을 씻을 땐 절대 물로 먼저 씻지 말기. 일단 키친타올로 따뜻할 때 닦아야 한다. 물이 닿는 순간 빠르게 밀랍이 굳어서 잘 안떨어진다.ㅠㅠ 그럴 땐 키친타올로 열심히 열심히 굳은 녀석을 닦거나 다시 뜨겁게 데워야 한다.



뒷정리가 끝나고 나서 꺼낸 립밤! 오오! 다굳었다!

부었을 땐 분명 볼록했는데 식으니까 오목해져버렸다. 이 때는 딱 파는 것 같은 립밤같은 고형이 되었다.



후기: 막 굳었을 때는 너무너무 딱 맘에 들었는데, 겨울이라 그런건지 더 단단해졌다. 비즈왁스의 비율이 너무 높아서, 나중에는 아무리 입술을 문대고 손으로 문대도 잘 뭍어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느낌이냐면, 양초에 대고 입술을 문대는 기분이었다ㅋㅋㅋㅋㅋ 아놔... 코코넛오일만 있을 땐 줄줄 흐르더니, 이건 손가락으로 문대고 문대도 지문조차 남지 않았다. 힝.



3차.

그래서 만든걸 다시 녹였다. 그리고 코코넛오일을 기존 녹인 것의 두 배 정도의 양을 추가했다. 대충 오일:왁스가 3:1정도 되도록. 이럴줄 알았으면 왁스를 조금만 하는건데. 스틱통이 하나 뿐이라 녹인김에 여러 개 만들지도 못하고, 그냥 샐러드통에 남은걸 다 부어버렸다. 이건 집에서 쓰는걸로.

후기: 오! 이젠 완전히 맘에 드는 비율이 되었다. 정말로 비즈왁스가 촉촉함을 입술에 남겨주었다. 약간 기름진 듯하게 남는 그 느낌이 오일이 아니라 밀랍때문이었다니. 지금 비율이 딱 좋은데 여름이 되면 너무 물러질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4차.

서랍을 뒤적이다가 액상틴트를 발견하고, 갑자기 색깔을 조금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던 베네틴트가 발색은 마음에 들었지만 늘 바르고나면 너무 건조했어서 잘 안썼는데, 한번 섞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 스틱을 또 녹였다. (케이스에서 몹쓸 물질이 여러번 나오고도 남았을거다ㅠㅠ)

유리그릇에 녹인걸 부은 다음, 틴트를 부었다.


결론: 절대 하지 마세요ㅠㅠ


멍청한 짓이었다. 틴트는 오일이 아니라 수성이라 절대 오일과 섞이지 않았다. 게다가 틴트 자체의 온도가 낮았던 터라 기껏 녹여놓은 밀랍+오일을 굳게 만들었다.




혹시나 싶어서 억지로 스틱통에 붓고 냉장고에서 굳혔는데, 굳힌걸 돌려서 밀어올려보니 형태가 고정되지 않았다. 밀어올리는 부분 사이사이에 색소가 샜고, 결국 통까지 망쳐버렸다ㅠㅠ 다시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ㅜㅜㅜ


괜히 실험정신 발휘했다가 유일하게 하나 있던 스틱통을 망치고, 결국 3차 때 샐러드통에 부었던 립밤 쓰는 중이다.



여러분, 색을 넣고 싶으면 꼭 립스틱을 넣읍시다! 호호호!ㅠㅠ




추가.

오늘 바깥온도 30도였는데, (실내는 25도쯤이지 않았을까) 왁스:오일 3:1의 비율로 만들어둔 립밤이 녹아서 흥건해져있었다. 막 물처럼 흐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로션 수준? 스틱타입으로 만들어서 파우치에 넣어뒀으면 이미 흘러나왔을 것 같다. 날씨가 따뜻할 땐 왁스의 비율을 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