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미씨의 소소한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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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견

Bralette 도전기

렁미씨 2016. 8. 14. 11:09



브라를 얘기하고자 한다면, 한국에 비해서 미국은 브라의 노출이 과감하다. 등이 파진 옷이 유행하면서 덕분에 다양한 브라 디자인을 볼 수 있달까. 브라가 상의 사이로 보이는 것에 대해 과감하다. (물론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아니다) 한국이었다면 노출이 되었을 경우를 생각해 예쁜 컬러풀한 브라를 주로 선택하는 반면, 여기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않는 듯 하다. 정말 누가봐도 속옷같은 흰색레이스브라도 쉽게 보인다. 


아예 노브라 차림의 여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뉴욕은 여성의 토프리스(topless - 상의탈의)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곳 중 하나다. #Freethenipple이라는 운동(남자와 여자의 젖꼭지가 다를게 없는데 여성의 젖꼭지 노출이 음란한 것으로 취급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도 시작한지 좀 되었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젊고 핫한 속옷브랜드의 대표격인 빅토리아시크릿이 얼마전부터 와이어나 캡이 없는 브라(Bralette라는 카테고리로)를 신제품으로 전면 내걸었었다. 


브라가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건 많이 들어서 알고 있기도 하고 브라의 착용 유무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브라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브라의 목적은 몸통에서 돌출된 신체부위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는 것과 몸매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확실히 나체 상태보다 와이어가 있는 브라를 입으면 웬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게 해준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라는 것이, 미디어 등을 통해 만들어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에 들어맞기 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겠나. 와이어브라로 인해 조금 더 커보이는 가슴을 불특정다수의 모르는 이들에게 어필해서 무엇하나 이 말이다. 불편한 브라를 착용하다가 유방암이라도 걸리면 그건 순전히 내 몫이 아닌가. 실제로 푸쉬업브라 같은걸 입은 날은 가슴이 뻐근하다. 가슴이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뽕에 하루종일 눌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원래 집에서는 당연히 착용하지않고) 동네를 잠깐 나갔다 올 때도 착용하지 않는 횟수를 늘려보았다. 옷을 여러 겹 입는 계절에는 정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아무도 모르고 시선을 잡아 끌지도 않으니까.






얼마전 쇼핑을 하다가 Urban Outfitters에 들렀는데 Bralette이 잔뜩 걸려있었다. 와이어도 없고, 뽕은 커녕 캡도 들어있지 않은 정말 그냥 천으로만 된 브라였다. 게다가 모델 사진도 너무 매력적! 여느 속옷광고사진에서처럼 가슴이 큰 육감적인 모델 사진이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고 편해보이는 사진들이 너무 좋아보이는거다. Urban Outfitters 매장에 있는 마네킹들도 이 브라와 상의를 매치해서 브라가 옷처럼 자연스럽게 노출되게 연출해두었는데 참 마음에 들었다.



Urban Outfitters의 bralette 페이지 클릭 


Victoria's Secret의 bralette 페이지 클릭 





그래서 입어보고 하나를 구입했다. 요 아래 모델. 탈의실에서 입어봤는데 너무 이뻐서 사지않을수없었다ㅠㅠ

Image source: Urban Outfitters webpage




그리고 얼마전, 외출할 일이 생겨 드디어 이 브라를 입었다. 그리고 착용 후기를 정리해보았다.


1. 스타일링? 이게 이제 진짜 이쁜거다.

- 처음 브라렛을 입었을 때 내 몸을 자꾸 거울로 비춰보게 되었다. 내 가슴이 이렇게 생겼구나. 나를 한층 더 알아가는 느낌이었고, 그 느낌이 좋았다. 

- 이 날은 약간 파인 상의를 입었다. 예전에는 이 상의를 입을 땐 푸쉬업브라를 했었다. 그러다가 이 브라렛을 하고 상의를 입었는데 내 이미지가 다 바뀌었다. 푸쉬업브라를 했을 땐, "나 여자야, 나 가슴 좀 있어"라는 메세지가 의상에서 풍기는 것 같았다. 브라렛을 한 내 모습은 "나는 그냥 나" 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더 좋아보였다. 순간 그동안 푸쉬업브라만 찾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대체 누구한테 잘보이려고 그랬나. 이건 그냥 잘보이는게 아니라 '성적으로 어필하려는' 거였던 거다. 푸쉬업브라가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2. 편하다.

- 일반 와이어브라를 입을 때는 가슴을 와이어 안으로 담아야 한다. 그래서 몸을 움직였을 때 브라가 제 위치에 있지 않으면 불편하거나 위치를 조정해야됐는데, 이건 그럴 필요가 없다.

- 몸통 전체를 두르는 밴드는 일반 브라와 비슷하기 때문에 밴드로 인한 답답함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 모델은 스판소재에 잠금장치가 없다보니 몸을 움직였을 때 후크가 열리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 와이어브라때문에 생기는 자국같은게 없다. 그냥 가슴을 자연스럽게 담아주는 정도라 좋다.


3. 젖꼭지? 티가 나긴 한다.

- 여름이다보니 얇은 상의 하나만 입으면 티가 난다. 이 날은 캐주얼한 외출이 아니었던 터라 조금 신경이 쓰여서 집에 있는 스포츠브라용 캡을 브라 안에 덧댔다.


4. 시원하다!!!!

- 캡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아서 중간에 뺐는데... 대.박. 이렇게 시원할 수가!!!!! 그 동안 나는 일반브라를 어떻게 입고다녔던 걸까!! 가슴에게 몹시 미안했다. 캡 한겹이 이렇게나 더운거였다니. 여름엔 정말 이 브라 초강추다.


5. 새로운 감각(?)이 추가된 느낌이랄까.

- 캡이 없다보니 젖꼭지가 어딘가에 닿는 느낌을 처음 느껴보았다. 백팩을 끌어안고 지하철에 탔다가 우연히 닿았을 때 깜짝. 가방끈에 스쳤을 때 또 깜짝. 원래 이런 느낌이 나는거였구나 하고 새삼 생각해본다. 집에선 안입고 있는데 왜 의식을 못했지.


6. 이정도면 그냥 안입어도 될 것 같다.

- 이제 내 가슴과 상의 사이엔 이 천 한 겹 뿐이다. 그 한 겹 굳이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슴이 크지 않아서 그런가 흠흠...)


7. 관리 차원에서는 더 강추다.

- 일반 브라는 캡의 형태가 있기 때문에 보관을 잘 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캡이 없으니 서랍 공간을 차지하지 않았다. 대충 던져놔도 상관이 없었다. 여행가방 쌀 때도 딱 좋을 것 같다.

- 와이어도 없기 때문에 잦은 세탁으로 인해 와이어가 돌출되는 상황이 없다! 모서리가 닳는 경우도 없다.


8. 비용도 절감되지 않을까.

- 위 빅토리아시크릿 쇼핑사이트에서 다른 브라들과 비교를 해보면, 브라레트가 일반 브라보다 전반적으로 저렴하다. 당연하지 않은가, 후크도 없고 와이어도 없고 캡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재료와 봉제가 줄어들고 부피도 작은데.



결론:

너무 만족스럽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엔 몇 장 더 있어야 할 기세다. 이제 브라를 사게 된다면 와이어브라를 사지 않을거다. 그리고 노브라 횟수를 더 늘려갈 계획이다.




내가 미국에 살아서 그런걸까? 한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입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아마 캡은 하겠지.


얼마전 설리의 노브라 논란을 알게 되었다. 왜들 그렇게 남이 브라를 입었는지 안입었는지가 중요할까. 설리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히 꺼내지 못했던 20대 여자연예인의 연애나 브라의 착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고, 얼마나 우리가 불필요한 생각속에 갇혀 사는지 깨닿게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설리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