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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o가 말하는 한국인으로서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는 법

렁미씨 2014. 10. 5. 16:05



제목을 이렇게 짓고 나니 사뭇 진지해진 것 같다. 

위 제목을 지리적으로 풀면 ‘겨울이 되기 전 삽과 부츠를 구입하라’ 가 해답이겠지만, 

오늘 쓰고자 하는 건 심리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다. 


이 내용은 5월에 ICFF(뉴욕에서 매년 열리는 가구전시회)에서 알게된 뉴욕 현역 인테리어디자이너 Galo가 곧 이 곳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나에게 해준 조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는 뉴욕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과 다른 경우에서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처럼 동양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서양에 발을 디뎠을 때 더더욱. 

이 글을 쓰는 건 내 스스로도 다짐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뉴욕에 가면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들처럼 멋질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유학을 생각하거나 취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읽어보길 권한다. 







1. 수줍은 태도(Shyness)는 버려라.


‘Shy’한 것의 단점과 장점이 뭐가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먼저 단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친구를 사귈 기회를 잃는다,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긴다 등.

반면에 장점은?

혹시나 모를 창피함을 미연에 방지한다…??


그럼 그 항목들이 발생했을 때 득을 보는 건 누구이며 실을 보는건 누구일까? 

전부 나 자신이다. 나의 수줍음을 칭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창피할 경우를 모면하는 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앞서 말한 단점들은 내 인생에 크게 지장을 줄 수 있는 항목들이다. 나의 수줍음 하나로 저 많은 것들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그건 당장 버려야 할 태도다. 






2. 약점을 드러내라. 


새로 헬스장을 등록했다고 가정하자. 헬스장에서 아는 기구들로 혼자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트레이너에게 ‘나는 근육이 부족한데 뭘 하면 되느냐’, ‘내 한심한 복부지방을 빼려면 어떻해야 하느냐’ 라고 나의 취약점을 표현하면 트레이너가 내게 필요한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알려줄 것이다. 

내 약점을 드러내야 내가 필요한 걸 얻을 수 있다. 트레이너 앞에서 내 복부지방을 숨겨봤자 득될게 없다. 돈을 내고 8개월간 운동을 했는데 내 몸이 변한게 없으면 나는 8개월치 돈을 버린거다. 헬스장에 안가면 적어도 돈과 시간은 아끼니까. 





3. 자유를 느껴라.


뉴욕의 장점 중 하나는 남에게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나 역시 미국에 와서 느낀 점이고, 남 일에 관심이 많은 한국문화와 아주 비교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여기서는 30대인 내가 유치원생들이 하는 머리핀을 하고 다녀도 아무도 나를 흉보지 않는다. 내가 피자를 된장에 찍어먹는다 하더라도 그건 내 취향이니 남이 지적할 사항이 아니다. 

이는 곧 나에게 무한한 자유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 자유를 느끼다보면 매일 하던 화장도, 명품가방도 다 의미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눈치보지 말고, 하고싶은대로 하자. 그리고 기왕이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살아야 한다. 공격적인건 나쁜게 아니다. 여기선 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얻자. 




4.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


춤을 못추는 내가 댄스교실을 등록했다고 치자. 수강생 중 춤에 재능있는 사람은 아마 30%정도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마 중간정도에 섞여서 춤을 시작할 것이다. 이 때, 내가 춤이 잘 안된다 하더라도, 내 동작들이 부끄럽더라도 절대 뒷줄로 가면 안된다. (보통 많은 이들이 이런 경험을 하면 뒷줄로 빠진다) 오히려 꿋꿋이 중간을 유지하다보면 점점 흥미를 잃은 수강생들은 빠져나가게 될 거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앞쪽으로 나와있는 나를 보게 될것이다.





5. 시간이 없다. 


지금 큰 비용을 들여 학교에 가기로 했으면 매일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한 학기 멍하게 지내다가 나중에서야 정신차리면 늦다. 언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생각에 머물지 말 것.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으면 수업도 충분히 들을 수 있다. Galo역시 대학생 때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잃고 자기와 대화가 편한 다른 한국인들과 어울리는 걸 많이 봐왔는데 그렇게 지내는 건 절대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충고했다.





Blog / TaylOr__GanG_




6. 가만히 있는 건 뒤쳐지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의 내 상태가 좋으니까 나는 이대로 있을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는 건 결코 유지하는게 아니다. 이 세상 전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내가 가만히 있는 건 절대 현상유지가 아니다. 나태해지는 순간 뒤쳐진다. 





7. 나만의 신념과 취향을 믿어라.


학교생활을 하다가 답답함을 느끼면 교수와 상담할 일이 생길거다. 이 때 교수가 나에 대해 하는 얘기는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다. 그들은 내 졸업 이후를 책임져주지 않으며 어차피 그들도 영원히 학교를 지키는 교수가 아니다. 디자이너라면 주관을 가지고, 나만의 신념과 취향을 믿고 나아가야한다. 뉴욕같이 치열한 곳에서는 자기만의 주관과 신념이 뚜렷한 디자이너가 살아남는다. 내 고객들은 나만의 색깔을 보고 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곧 다른 이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강점이 된다. 이 세상엔 다양함이 존재하고, 내 취향을 좋아해주는 고객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8. 큰 그림을 바라보라.


뉴욕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지상황을 빠르게 익히기 어렵다는 내 얘기에 Galo는 큰 시각에서 보길 권했다. 뉴욕의 문제는 다른 대도시에서도 느끼는 문제와 결국 비슷할 것이다. 이 사회를 보는데 있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콘크리트를 사용한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게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들춰보면 공기도 답답하고 건축자재로부터 화학적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디자인을 잘하면 박수를 받았지만 이젠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이, 한 가지 측면만 튈 수 없다. 모든 문제는 다양한 측면과 상호작용하며, 모든 일에는 Cause와 Affect가 있다는 걸 유념하며 세상을 바라보자.







이런 유용한 조언을 해준 Galo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Galo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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